잡동사니

레즈비언 커플이 남자 낳는 이야기

육울ㅜㄷ 2020. 10. 6. 17:24

 

 

 

최초에 그것이 있었다. 아니, 최초는 아니었다. 그것은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이었다. 그것은 완료형으로 표현될 수 없었다. 그것 홀로 시제는 무의미했다. 그것은 시작이 없었으며 따라서 끝이 없었다.

그것은 시작을 만들었다. 시작을 만드니 끝이 생겨났다. 시작과 끝을 잇는 방향성은 시간이라 불리었다. 시작은 새로운 시작을 만들 수 있었고, 따라서 새로운 끝이 생겨났다. 그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칭했다. 시작이자 끝인 존재들은 최초의 시작과 최초의 끝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이 보기에 그것은 최초의 시작이자 최후의 끝을 맞이할 존재였다. 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었으나 시작과 끝을 가진 존재들에게는 시작이자 끝이었기에 신이라 불리었다.

 

시작은 시작을 낳았기에 끝은 새로운 끝을 낳았다. 그때의 시간들은 거의 중첩되지 않았다. 시작을 낳으면 앞선 시작은 머지않아 끝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의 시작이 하나의 끝을 낳는 시간들이 반복되었다. 신과 인간은 서로를 사랑했다. 그것은 최초의 행복이었다. 신은 인간에게 불리는 것을 좋아했으며(신이라는 명칭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인간은 처음과 끝에 신이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그것은 신과 인간이 다른 존재이고, 그들이 함께하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그들을 그들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최초의 불행이 생겨났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끝이 시간을 없애버리면 신만이 남겨져 다시금 그것이 된다는 사실은 신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최초의 불안을 낳았다. 인간은 자신이 마지막 시작이자 끝일 것을 두려워했다. 자신이 마지막 끝이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작을 낳아야 했다. 불안은 그를 낳는 존재로 격하시켰다. 그는 여전히 신을 사랑했으나 시간이 없는 신은 불안을 알지 못했으므로 신을 향한 원망이 피어났다.

신이 알지 못하는 불안은 인간이 인간과 공모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시간이 중첩되는 짧은 때에 인간은 다음의 인간과 꾀를 내었다. 자신의 끝이 다가오기 직전, 그러니까 자신이 다음번 인간을 낳았지만 아직 죽지 않은 시간의 중첩에서 그들은 시작을 낳을 수 없는 인간을 낳았다이것이 최초의 부정이었다. 시작을 낳을 수 없는 인간들은 시작을 낳는 인간들을 자신들과 비교해 낳는 존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낳지 못하는 이들의 존재는 낳는 존재들에게 낳음 없는 끝을 가능하게 했다. 낳지 못하는 존재들은 다음 시작을 생각하지 못(안)했고, 신과의 사랑이 그들 안에서만 영원하리라 착각했다. 낳는 존재들은 이러한 착각을 빌려 그들이 결코 영원하지 못한 채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이와 같은 타락은 신의 영원을 쫓고자 한 최초의 질투였으며 시작을 낳는 존재로서의 오만이었으나 신과의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아둔함이었다.

 

그들은 더 많은 시작과 끝들을 만들어내었다. 시작을 낳지 못한 채 끝나는 존재들로 인해 시작보다 많은 끝이 생겨났다. 더 많은 시작들과 끝들의 시간은 얽혀 들어갔으며 그들의 부정으로 말미암아 때때로 신을 잊었다. 그러나 그들은 신을 떠나지 않거나, 못했다. 신과의 사랑으로 시작을 낳는 인간이 끝없는 시작을 낳은 일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일을 시간의 시작이라 착각해 그 일의 이전과 이후를 나누어 햇수를 세어나갔다.  

 

 

 


제목을 이렇게 지으면 안되는 거겠죠. 남의 퀴어팔이 욕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