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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상상도 못한 정체

육울ㅜㄷ 2021. 10. 11. 23:35

 

 

 

저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압니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정체가 NARUTO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나루토와 사스케의 운명의 대결을 못 봤다고 할 수 없을 걸

 

 

안타까운 것은 그 과정에서 도구적으로 사용된 새벽이란 캐릭터가 너무도 근사했다는 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치열한 인생을 살고 있는 젊은 여자가 '아저씨'의 인간적인 면모에 마음을 연다? 구린 캐릭터가 아닐 수 없음 근데 정호연이 그걸 날려버린 거다 팔척장신과 상처 받은 야수 같은 깊은 눈으로 성애적 뉘앙스를 싸발라버렸다... 신의 캐스팅,,, (언니 이동휘 씨랑 사귄다고 혼자 맘 접어서 미안해요 도수코 때부터 넘 좋아했어요) 그러니 새벽이가 갑자기 그렇게 죽을 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 아무리 봐도 겨우 이정재를 위해 죽을 만한 인물로는 안보였는데 갑자기 '아저씨,,, 아저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그렁)’하고 죽어버린다고... 정호연이 겨우 살려낸 캐릭터를 끝끝내 팽하는 각본이 야속하다. 게다가 그게 뭘 위한 거였냐면 철부지 같지만 착한 나루토와 냉철하지만 이기적인 사스케의 최종 승부를 위한 거였다고? 아이고 맙소사

 

 

이야기가 조금 샜네요 그니까 ninja에 열광하듯 dalgona에도 열광한다는 얘기였답니다... 나루토가 성공한 이유가 사스케와의 끈끈한 우정 때문이 아니듯이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이유도 단순히 재미있는 내용과 멋있는 캐릭터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솔직히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를 세련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캐릭터나 서사는 물론이요 데스게임의 구성도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음악인데 ‘fly me to the moon’의 재즈 편곡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그리고 장학 퀴즈 음악이 들어간 어떤 영상도 세련되게 보일 수는 없을 듯…(오마쥬라 해도요) 그렇지만 데스게임 장르의 기존 작품들이 보여주던 그 우악스러움,,, 촌스러움을 생각해보자. ‘신이 말하는 대로는 어린이 놀이라는 소재를 이 주는 시련의 기괴함을 더하는 요소로 사용하는데 그치는 반면 오징어 게임은 이를 키치한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징그러운 귀신이 갑자기 애들 죽이는 것보다 핫핑크 단체복 복면 조직이 주최하는 아기자기한 거액 상금 살인 게임이 더 매력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내가 음악이 끔찍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리코더로 연주되는 테마도 꽤 근사했다.

 

 

그렇지만 오징어게임은 절대 세련되고 키치한 드라마가 될 수 없다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좆같기때문이다.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중년 남성의 음경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필이면 주인공 이름이 성기훈이야아무래도 의심스럽다) 보기 전에 욕을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해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게으른 비평 너무 많이 봐서 게으른 콘텐츠가 게으른 비평을 낳는다며 동네방네 씅내고 다녔다.(민망) 그런데 지금은 더욱 더 뭘 그렇게들 욕한 건지 모르겠다.

 

한국식 신파가 나온대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뭘 신파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웬만한 내용은 알고 봐서 그런 걸까?) 재미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긴장감의 흐름도 나쁘지 않고 전개 속도도 답답할 정도는 아니었다. (1.25~1.5배속 하긴 했지만,,,) ‘평등이나 좌파적 가치(파업 소재를 써서 그런가)에 대한 의견들도 꽤 봤는데 이 드라마가 그런 가치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다. ‘소외받는 이들이므로 게임은 평등해야 한다는 대사는 반칙하는 캐릭터를 죽일 명분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러한 가치들에 관한 서사적 정합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버럴한 평등’(‘공평’)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 줄다리기 같은 게임을 배제했을 것이고(공평은 노오력을 중시하잖아요) 좌파적 평등을 말하고 싶었다면 상금을 건 데스게임을 소재 삼지 않았을 것이다. ‘가난만으로 소외를 말할 수 없듯이 경쟁에 관한 이야기가 반드시 평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열한 비평들은 오징어게임이 뻔하고 구리다는 말의 동어반복이라는 점에서 게으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위악성, 잔인/선정성, 그리고 한미녀 캐릭터의 사용에 대한 비판들은 더 큰 문제를 은폐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더 큰 문제란 상술했듯 이 드라마가 좆같다는 것이다. ‘좆같다는 저의 표현이 너무 상스럽나요? 그렇다면 아저씨 같다는 표현으로 바꾸겠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위악성과 잔인/선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데스게임이란 장르를 고려할 때 이러한 지점을 향한 비판은 길을 잃는다. 대체 어떤 이유가 데스게임의 위악성을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국국주의 국가의 악법? 신이 내리는 단죄의 벌? ㅋㅋ잔인함 또한 마찬가지다. 데스게임이란 장르 자체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논거가 위악성과 잔인성에 대한 경계에 그친다면 공허할 따름이다.

한미녀 캐릭터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극한상황에서 여성이 성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남성…이라기보다는 성구매자적 인식 아닐지막말로 사람도 죽이는데 강간 못 할 이유가 있나? 성이 교환 수단이 될 만큼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 번탈남뿐 아닐까요제가 또 번탈녀 비가시화 여성 혐오 중인가요?) 그렇지만 그 남성중심성이 향하는 곳을 주시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피상적 비판이라는 한계점을 벗어나기 어렵다.

 

 

왜 오징어게임은 그토록 잔인해야 했을까? 왜 그 영감은 웃기는 촌극을 벌였을까? 왜 한미녀는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단 둘이 섹스하러 갔을까? 이 모든 질문은 하나의 답, 주인공 성기훈으로 귀결된다. 잔인성은 그의 절박함을, 위악성은 그의 선함, 그리고 한미녀의 약싹빠름은 그의 우직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굳이 이렇게 하나하나 꼽지 않아도 드라마 전체가 주인공의 자아(위에서 이라 부른거)를 위한 장치로 구성된다. 이걸 눈치채기 어려운 이유는 성기훈이 너무나도 비호감인 인물이기 떄문이다…(온 세상이 자기를 추켜세우는데도,,, 못난 놈,,,) 게임 내내 약자를 돕고, 동정심을 보이고, 양보해봤자 뭐하냐고 당신 엄마 돈 훔쳐서 마권 사던 사람 아니야? 그게 아니더라도 게임 내내 눈치 없이 구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냐고. 자꾸 파업 과거를 고백하거나 영감한테 잘해주는 등 선한면모를 내비치길래 뭔가 쎄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가 마지막에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각성>하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그러고보니 주요 게임 참가자들도 주인공, 라이벌, 외국인, 노인, 여자, 나쁜 남자, 나쁜 여자(둘이공멸)로 구성되어 있다아 이 00년대 무협지 세계관 뭐냐고요만약 주인공 캐스팅이 이정재가 아니라 황정민이면 누구라도 이게 무협 중년 아방수 아저씨 서사란 걸 알아챘을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을 제외한 유명 배우(천만 주연 기준)는 모두 아저씨(가 멋있다고 생각할) 역할이다…공유, 이병헌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런 거대한 아저씨 세계관 드라마를 꼬박 7시간 들여서 봤단 말인가어떻게 ‘한미녀’, ‘강철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가 있느냐고!! 

 

 

장르물이 성공하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언맨이 성공한 이유? 기존에 본 적 없는 나르시시스트 테크 히어로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가 여태 보지 못했던 중년 나루토를 보여줌으로써 이를 달성했다. 그야 보통은 성인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자아에 빠져있지 않으니까… ‘소년 만화소년만화인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성기훈은 그걸 해냈다. 나이 들어도 결코 철들지 않는! 죽을 때까지 소년인!! 70년대 생이지만 엄마가 밥 차려주는!! 무림비급의 숨겨진 후계자인!! K-아저씨 서사가 글로벌의 맥락에서 뭔가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문화였던 k pop이 먼저 보여줬던 길을 뒤따르는 것이 설마 아저씨 무협 서사일 줄 그 누가 상상했으랴… (소녀시대를 사랑하지만 ‘오오오오빠를 사랑해라는 가사까지 사랑할 수는 없어요) 한국인들이여 긴장하라 다음에 팔리는 k-culture가 무엇일지 예상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외국인들이 vip씬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전 너무 좋았어요 볼 때는 웃겨서 좋았습니다. 지금은 중년 남성의 멘탈리티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전체적인 통일성(아저씨스러움)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절한 연출과 연기가 아니었나 싶네욤

 

++조금만 수정하면 이렇게 아저씨 자아딸 같지 않았을 것 같아서 아쉽다. 일단 vip씬은 빼버리고,성기훈 외의 인물에게 서사를 좀 더 부여했으면 볼만 했을 것 같음. 새벽이가 죽을 때 동생을 제주도에 데려가 달라고 했으면 새벽, 지영 두 캐릭터가 더 살았을 텐데… 한미녀 배신당하고 원한 품는 것도 너무 갑작스러웠고, 알리도 그냥 픽 죽여버려서 아쉬웠다.

빨간 염색하고 각성할 시간에 다른 캐릭터 서사 쌓아줬으면....